아주 위대한 고전은 학술적 책 읽기를 훈련하는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고전, 어떻게 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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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교육의 어려움

좋은 글을 쓰기 위하여 중국 송나라 구양수(歐陽修)가 제창했던 많이 읽고(多讀), 많이 쓰고(多作), 많이 생각하는(多商量)’ 삼다론(三多論)은 시대가 바뀌어도 교양인 양성의 영원한 노우하우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삼다론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교양의 내용이 아니라 사실상 바뀔 가능성이라고는 거의 없는 교육의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을 쓰거나 생각을 하기에 앞서 그 배경지식이 되는 동서양 고전의 섭렵은 대학교양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대학에서 고전교육의 당위성은 대부분 여기에서 선언(宣言)으로 그치고 만다. 왜냐하면 고전이란 일반적으로 쉽지도 재미있지도 않고, 가르치려면 자원이 매우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해의 소지를 막기 위해 우선 대학고전교육 프로그램의 범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대학고전교육 프로그램은 동서양의 고전을 한 학기에 2~4권정도 통독하는, 이른바 고전의 향기를 맛보는 강의를 말하지 않는다. 이런 강의는 교양교육이 아니라 각 전공이나 대학에서 개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주대학교가 시도하는 대학고전교육은 한 대학의 재학생 전부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실제로 이런 고전교육을 시도하는 대학들도 있다. 그러나 정규 강의를 통해 고전교육을 하려면 상당히 많은 인프라가 필요하다. 입학생이 2,000명쯤 되는 중형 대학의 경우, 모든 재학생에게 단 한번이라도 그런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수강생 40명 정도의 강의를 만든다면 매학기 25개의 강좌가 계속 열려야 한다. 재학생이 2, 수강생 수를 반으로 줄이면 순식간에 100개의 강좌가 매학기 필요하다.

 

교양교육의 고민: 배경지식

교양강좌를 담당해 본 교수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는 어려움 중의에 하나는 수강생에게 강의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을 설명하려면 또 다른 배경지식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지식이 결코 개별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네트워킹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좋은 교수는 문외한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강의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모르는 영역의 강의를 적극적으로 들으려는 문외한들, 예를 들어 인문학을 들으려는 CEO들은 상당히 넓은 배경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다. 반대로 교양교육이 매우 약화된 한국의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입학한 경우,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에서 수준 높은 교양강의를 듣기에는 배경지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교수와 수강생 모두 절감하고 있다. 이럴 때의 간단한 해결책은 교양강의의 학술성을 대폭 낮추는 것이다. 대학교양교육에 대한 이해가 끝없이 추락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배경지식을 쌓아가면서 지식을 전수하는 전공과 달리 교양강의의 경우 수강생의 배경지식을 가늠할 수 없고 또 대부분의 수강생이 충분하지 못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양강의에서 인문사회자연과학의 분야에서 배경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동서양의 고전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대학의 고전교육: 향기가 아니라 연장

아주대학교는 교양교육에서 고전프로그램을 철저하게 연장으로 해석하였다. 그것은 이공계 학생들에게 미적분이 꼭 필요한 연장인 것과 흡사하다. 따라서 명저 한 권을 통독하는 강의, 비유하자면 상을 덮는 한정식(韓定食)이 아니라, 수천 명에게 영양을 제공하는 학교식당의 음식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곧 이중의 어려움에 부딪혔다. 첫째, 배경지식 네트워킹을 위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고전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정규과목으로 설계할 경우 그 막대한 인프라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 둘째, 이 시대에 필요한 고전에 무엇이 포함되어야 하느냐는 원초적인 문제가 그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주요 대학들에서 시행되는 고전교육프로그램을 거의 모두 살펴보았지만, 그 중 어느 것도 아주대학교의 상황에 적합하다고는 보이지 않았다.

 

아주 위대한 고전: 해제, 발췌, 문제은행

우리는 고비용의 정규과목을 통한 고전교육 대신 핵심 교양강좌에 고전을 뿌리는, 일종의 고전탑재 전략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강의권이 분명한 대학의 강의에 고전을 틈입시키려면 교수들에게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여기서 생각해낸 것이 개별 교양강좌 교수들이 자신의 강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고전을 참고문헌으로 선택하고, 고전교육 담당자는 발췌된 고전을 읽고 평가하는 것을 일괄적으로 도와주는 방법이다. 즉 아주대학교 고전프로그램의 핵심은 문헌 해제, 발췌된 문헌(번역본), 컴퓨터 혹은 온라인 평가(Computer Based Test)를 위한 문제은행으로 구성된 고전 모듈에 있다. 이 고전 모듈은 계속 증가시켜 나가도 아주대학교의 고전교육 프로그램과 전혀 상충하지 않으며, 차라리 훨씬 풍부한 배경지식 네트워킹을 구축하기 위한 자원이 된다. 우리는 이런 제안을 ACE 교양관련 프로그램에 제안하였고, 다행히 아주대학교는 이 정책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ACE 사업에는 1차적으로 100개의 고전에 대하여 고전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되어 있다. 1차적 문제는 물론 고전선택이었다. 주로 철학전공자들이 주축이 된 교양교육 전담자들은 고전을 보는 눈이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다. 그러나 선택된 고전은 실제 강의에서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문학, 역사, 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의 교수들과 함께 고전위원회를 만들어 선택작업을 하였고, 나중에는 해제를 맡아 줄 교수도 참여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3년간의 작업 끝에 아주대학교는 100개의 고전 모듈을 완성했으며, 이 기간 중에 전용 CBT 강의실을 만들었고 고전 홈페이지 및 CBT 소프트웨어 개발, 그리고 시험 실시를 계속하고 있다.

 

아주 위대한 고전의 교내 확산: 아카데미로서 대학

비교과 교양교육 프로그램으로서 고전교육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는 고전 교육에 대한 교내 구성원의 이해와 관심을 유도하는 일이다. 아주대학교는 이를 위해 1차 시험은 CBT, 2차 시험은 약 5,000자 정도의 에세이를 제출하는 고전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아직 참가학생이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점차 확산되어 가는 추세에 있다. 동시에 점심시간에 해제 교수들이 약 1시간 정도 고전을 소개하는 강의와 함께 학생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영미 대학에서 ‘Brown Bag Lecture(BBL)’라고 부르는 1회성 강의를 실험적으로 실시하였다. BBL에는 학생 뿐 아니라 관심 있는 교수들도 수강생으로 참가하며, 강의 과정은 학생들이 동영상으로 촬영, 편집하여 고전 홈페이지에 탑재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13년에 처음으로 도입된 BBL에 대해서는 강의자나 수강생 모두 교양교육의 학술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학문하는 대학 분위기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주 위대한 고전의 교외 확산: 모듈화

아주대학교의 고전교육 프로그램은 ACE 사업의 일환으로 계획되어 진행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ACE 사업은 학부교육의 선도 모형을 제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한 학교의 교육프로그램을 타 학교와 공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모든 교육프로그램은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할뿐더러 교수와 학생의 관심이나 수준, 개별 대학의 인재상이나 교육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인프라를 무시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이식하면 대개는 실패한다. 여기서 아주대학교는 타 대학으로 확산 시에 일어나는 인프라 문제를 최소화해 앞에서 언급한 모듈화를 도입하였다 

우리는 모듈을 학생이나 교수 차원에서 더 이상의 자원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나 자원으로 이해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많이 요구되고 있는 공개강의(OCW: Open Course Ware)는 대부분 한 학기 강의를 1~2개의 카메라로 촬영한 (지루한) 기록물로서 활용빈도가 매우 낮다. 왜냐하면 타 대학에서 동일한 주제의 강의를 개설할 경우, 강의 전체를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점에 착안하여 아주대학교는 공개강의를 참고자료로 타 대학의 교수와 학생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듈로 설계하고 있다.

아주대학교는 아주 위대한 고전의 홈페이지 솔류션이나 CBT 소프트웨어, 그리고 지난 3년간 많은 시간과 자원,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고전 모듈 전부를 타 대학에 제공하고, 타 대학은 적은 수의 새로운 고전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 얼핏 보면 불합리한 거래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런 방식으로 수차례 확산될 경우 참여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는 교육자원 공유 모형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타 대학에서 고전모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 대학의 필요에 의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프로그램 이식에서 오는 일종의 거부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다.